초보 식집사 식물 추천으로 꼽히는 테이블야자, 스파티필름, 스킨답서스가 따뜻한 햇살 아래 놓인 일러스트 썸네일

키우기 쉬운 식물: 화분 30개를 돌보며 깨달은 실패 없는 첫 식물 고르기

연쇄 식물 킬러의 두려움을 깨준 다정한 생명력

꽃시장이나 예쁜 화원에 진열된 식물들을 보면 당장이라도 방 안을 초록빛으로 채우고 싶은 충동이 듭니다. 하지만 덜컥 화분을 집어 들다가도, 과거에 허망하게 떠나보냈던 식물들을 떠올리면 금세 시무룩해집니다. ‘내가 과연 이 식물을 죽이지 않고 키워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은 초보 식집사라면 누구나 겪는 통과의례와도 같습니다.

저 역시 그 두려움의 벽 앞에 서 있던 처참한 연쇄 식물 킬러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 방에는 무려 30여 개의 화분들이 저마다의 속도로 평온하게 숨을 쉬고 있습니다. 쌩초보였던 제가 나름 어엿한 식집사가 된 데는 서툰 손길과 무심한 환경조차 묵묵히 견뎌준 너그러운 첫 식물들 덕분이었습니다. 식물 키우기가 두려운 분들을 위해 웬만하면 죽이기 힘든, 초보자에게도 너그러운 강인한 식물 세 가지를 소개합니다.

4년의 방치 속에서도 푸르게 살아남은 기적, 테이블야자

제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식물은 바로 테이블야자입니다. 5년 전 이마트에서 충동적으로 데려왔던 이 친구는, 제 식집사 인생의 진짜 서막을 열어준 은인 같은 존재입니다.

제 한 몸 건사하기도 벅차 매일 천장만 바라보며 무기력하게 지냈던 4년의 시간 동안, 저는 방 한구석에 이 식물이 있다는 사실조차 새카맣게 잊고 지냈습니다. 제때 물을 주지도, 통풍을 신경써주지도 못한 철저한 방치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방 안을 둘러보았을 때, 좁고 어두운 원룸 구석에서 테이블야자가 덩그러니, 하지만 씩씩하고 푸르게 살아있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빛이 부족한 실내 환경에서도, 불규칙하고 척박한 물주기 속에서도 악착같이 생명력을 유지하는 기적 같은 인내심. 테이블야자는 환경을 세심하게 통제하기 어려운 초보 식집사에게 가장 듬직하고 다정한 첫 친구가 되어줄 것입니다.

물 마실 타이밍을 온몸으로 알려주는 선생님, 스파티필름

초보 식집사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바로 물주기입니다. 흙이 말랐는지 젖었는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고, 정보는 헷갈리기만 하죠. 이럴 때 곁에 두기 가장 좋은 식물이 바로 스파티필름입니다.

스파티필름은 물이 고플 때면 마치 연기를 하듯 빳빳했던 잎사귀를 아래로 푹 숙이며 기운 없는 티를 팍팍 냅니다. 처음에 그 모습을 보면 놀라실 수 있습니다. 회생이 불가능 할 것 처럼 보이거든요. 그런데 그런 상태에서도 물을 흠뻑 주면 이 친구는 2-3시간 만에 언제 그랬냐는듯 살아납니다. 초보자 입장에서는 화분을 들었다 놨다 하며 고민할 필요 없이, 잎이 쳐졌을 때 물을 흠뻑 주기만 하면 되는거죠. 물주기의 리듬을 눈으로 직접 보며 체득할 수 있게 도와주는, 아주 친절하고 직관적인 식물 선생님입니다.

빛이 부족한 방에서도 묵묵히 자라나는, 스킨답서스

대부분의 자취방이나 원룸은 햇빛이 하루 종일 풍부하게 들어오기 어렵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식물을 키우고 싶다면 스킨답서스가 완벽한 해답입니다.

스킨답서스는 실내의 형광등 불빛이나 은은하게 새어 들어오는 적은 양의 간접광만으로도 묵묵히 덩굴을 길게 뻗어내는 순둥이입니다. 흙이 꽤 오랫동안 바짝 말라 있어도 무던하게 버텨내고, 과습에도 꽤 강한 편이라 웬만한 실수로는 쉽게 죽지 않습니다. 물꽂이(수경재배)로도 뿌리를 아주 잘 내리기 때문에, 흙 관리가 부담스럽다면 예쁜 유리병에 물을 담아 꽂아두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플랜테리어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너무 잘 자라서 살짝 골치가 아플 수는 있습니다.

식물 플래너와 함께 다정한 관찰을 시작해 보세요

위에서 소개한 세 가지 식물은 초보자의 서툰 환경에서도 너그럽게 버텨주는 강인한 친구들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명력이 강한 식물이라도, 결국 가장 필요한 것은 우리의 다정한 관찰입니다. 언제 물을 주었는지, 잎의 상태는 어떤지 차곡차곡 기록하다 보면 어느새 식물 킬러라는 오명은 씻겨 내려가고 훌륭한 식집사로 거듭나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그리고 초보 식집사분들이 식물의 속도에 맞춰 편안하게 연착륙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제가 식물 플래너 웹앱을 꼼꼼히 만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처음부터 30개의 화분을 완벽하게 키워내는 사람은 없습니다. 오늘 당장 마음에 드는 작고 순둥한 화분 하나를 방에 들이고, 그 조용한 생명체와 함께 천천히 주파수를 맞춰가 보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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