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식집사가 정성껏 가꾸고 있는 30여 개의 화분들로 채워진 싱그러운 방안 풍경과 식물 키우기 기록

식물 키우기, 저도 처음엔 정말 못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식집사 신디입니다.

연쇄 식물 킬러의 과거, 좋아함과 키울 줄 앎의 차이

제가 식집사가 된 계기는 꽤나 역설적입니다. 제가 기억하는 한 저는 유치원생 때부터 늘 식물을 좋아했고 곁에 두고 싶어 했어요. 하지만 의욕과 실력은 비례하지 않았습니다. 유치원 땐 안개꽃 씨앗을 발아시키는 데 실패했고, 중학생 땐 그 생명력 끈질기다던 산세베리아를 말려 죽였으며, 대학생 때는 아무것도 모른 채 로즈마리를 분갈이했다가 이틀 만에 떠나보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식물이 ‘옆에 있었으면 하는 마음’만 있었지, 식물에 대해 ‘알아갈 마음’은 전혀 없었던 것 같아요. 좋아하는 마음만 앞섰지, 정작 이 말 없는 생명체들이 어떤 환경을 필요로 하고 어떻게 보살펴야 하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던 전형적인 시리얼 식물 킬러였습니다.

4년의 우울증 터널을 묵묵히 버텨준 강인한 테이블야자

그렇게 식물과 멀어진 채 살아가던 중, 5년 전 이마트에서 충동적으로 아주 작은 테이블야자 하나를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제 인생에 꽤나 길고 어두운 우울의 터널이 시작되었어요. 제 한 몸 건사하기도 벅차 매일같이 천장만 바라보며 무기력하게 누워있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연히 방 한구석에 식물이 있다는 사실을 거의 인지조차 하지 못하며 지냈습니다.

테이블야자

그러다 마침내 그 터널을 빠져나와 정신을 차리게 된 어느 날, 제 좁은 원룸 구석에 덩그러니 놓인 그 친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존재 자체를 그다지 인지하지 못했는데, 그래도 가끔 제가 물을 주긴 했나봐요. 방치되다시피 했는데도 어찌저찌 푸릇푸릇하게 살아남아 있었어요. 그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강인한 식물이 또 있지 않을까? 내가 너무 아무것도 모른 채 의욕만 앞섰던 게 아닐까? 식물도 배우면 잘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이 작은 생명체가 제게 던진 이 질문들이 제 진짜 식집사 생활의 서막이 되었습니다.

수경식물에서 화분 30개의 식집사로

초보 식집사 수경식물

본격적인 탐구가 시작되었습니다. 2025년 4월, 생일 선물로 친구에게 관리가 쉬운 수경식물을 사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물만 갈아주면 알아서 잘 크는 수경식물을 보며 자신감을 얻은 저는 집에서 도보 15분 거리인 양재꽃시장에 가서 토경 화분을 구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식물에 갓 눈을 뜬 초보가 꽃시장 옆에 산다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격이었습니다. 화분은 무서운 속도로 불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식물존 초보 식집사

데려온 친구들을 어떻게든 살려보겠다고 유튜브와 인스타를 미친 듯이 뒤지며 온갖 정보를 주워 담았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10개가 넘는 식물을 초록별로 떠나보내기도 했어요. 과습, 통풍 불량, 흙의 배합 등 이유는 다양했습니다. 하지만 10번의 실패는 곧 10번의 오답 노트가 되었고, 너무 몰두한 나머지 저는 꽤 빠른 시간 안에 쌩초보 딱지를 뗄 수 있었습니다. 불과 1년 2개월 남짓한 시간이 흐른 지금, 저는 화분 30여 개를 큰 문제 없이 가꾸고 주변 사람들에게 식물 관리법을 술술 조언해 주는 꽤나 어엿한 식집사로 거듭났습니다.

두려움을 넘어 초보 식집사의 무사한 연착륙을 돕고 싶은 마음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지만, 저는 제가 얼마나 처참한 식물 킬러였는지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초보의 마음은 초보를 갓 벗어난 사람이 제일 잘 아는 법이지요. 식물을 키우고 싶지만 또 죽일까 봐 두려운 마음, 수많은 정보 속에서 흙이 마른 건지 젖은 건지조차 구분하기 어려운 그 막막함. 그 초반의 진입장벽이 얼마나 높은지 직접 겪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식물 생활에 막 발을 들인 분들이 그 험난한 시기를 조금 더 수월하게 지나, 식물과 함께하는 푸릇푸릇한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돕고 싶어졌습니다. 초보 식집사들의 무사하고 다정한 연착륙을 돕는 가이드가 되고 싶달까요. 그래서 이 블로그를 만들게 되었고, 체계적으로 기본기를 배우고 관리할 수 있는 식물 플래너 웹앱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식물을 또 죽일까 봐 무서워서 시도 자체를 망설이고 계신다면, 너무 겁먹지 말고 이 다정한 세계로 첫걸음을 내디뎌 보시길 바래요. 저도 아직 갈 길이 멀고 먼 초중급 식집사이지만, 조금 먼저 시작한 제가 옆에서 도와드릴게요:)

초보 식집사 식물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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